음악을 마시다



Tchaikovsky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étique"

Yuri Temirkanov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of Milan


Tchaikovsky The Seasons - Koroliov. Tacet

archive 2008 2008. 11. 17. 22:24 by 음악을 마시다

어느 순간 방심하다 오늘 드디어 겨울한테 뒷덜미를 잡혀 버렸다. 덜덜~~ 아이고 추워라~~
앞으로 이 험난한 시절을 어케 헤쳐 나갈꼬?

어제는 방 구석에 앉아서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뭘 할까? 어딜 갔다 올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날씨로 봐선 뭐 고민 안해도 될 듯 싶다. 닝기리~  ㅡ,.ㅡ;;)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스르르~ 낮잠이 들었는데, 골아 떨어지기 직전에 귀에 들렸던 음악이 아마 이 차이콥스키 <사계> 중 '10월 - 가을의 노래'였던 것 같다.
음악: 10번 트랙 - 10월 '가을의 노래'


 
내가 좋아하는 독일의 오디오파일 레이블 타체트 (자켓 신경 좀 써라, 제발!) 에서 나온 이 음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독주 음반들 가운데 하나고, 코롤리오프를 알게 된 것도 이 음반을 통해서이다. 사실, 차이콥스키의 <사계>라는 곡도 예전엔 별 관심도 없었던 데다가 우연히 기회가 돼서 이 음반을 통해 전곡을 처음으로 다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이고, 이 외에 지금까지 들어본 연주라 해봐야 플레트뇨프, 페도토바, 포츠니코바 (포스트니코바?), 아쉬케나지 뿐이지만 (가능하다면, 올레그 보쉬냐코비치의 연주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이 코롤리오프의 연주는 종종 생각나서 듣고 싶게 만드는 포스를 지녔다.

모스크바 태생이지만 어릴 때부터 바흐 연주로 유명해서 이후 작곡가 리게티가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장의 음반'으로 그의 '푸가의 기법' 음반을 지목했을 정도였던 코롤리오프. 하지만 태생이 어딜 가나? 그도 러시아 사람인 것이다. 이 <사계>가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나에겐 코롤리오프이다. 사색에 잠긴 듯이 꽤나 느린 템포로 한 음 한 음 짚어가는 '가을의 노래'는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그러고 보니, 러시아의 가을은 우리로 치면 무지 추운 겨울 아닌가? 아닌가? -_-ㅋ) 지난 시간들을 되새겨 보게 하는 연주가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나는 이번 가을도 이 '가을의 노래' 들은 것으로 쫑치는 것인가? 아흑~  ㅜ.ㅜ








지난 보름 정도 동안 들은 음악들을 보면 거의가 다 암울한 것들 뿐.
계절의 변화 때문인지, 가볍지 않은 마음 상태 때문인지...

한껏 어지러져 있던 책상 주위를 정리하면서
CD장에 넣기 전에 한 번 더 들어본다.

비창 교향곡을 참 좋아해서 나름 여러 음반들을 사서 들었다.

중학생 시절, 성음에서 발매한 카세트에 인쇄된 그 멋진 그림 덕분에 알게 된 므라빈스키를 시작으로 카라얀, 무티, 푸르트벵글러, 켐페, 페도세예프, 콘드라신, 플레트녜프, 스베틀라노프, 게르기예프, 첼리비다케, 마르케비치, 프라차이, 번스타인, 반트 등등.

하지만 내가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예전에 페도세예프가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 (차이코프스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 세종 문화회관에서의 연주이다.
오리지널 텍스트를 사용한 이 날 연주는 내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주었는데,
(안단테 템포의 4악장 연주가 기존의 아다지오 템포가 주는 무거운 비장감에 익숙해 있던 청중이나 비평가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미 오리지널 텍스트를 이용한 이들의 연주가 담긴 음반이 일본 Victor 레이블로 발매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열심히 찾아다녔다.

운좋게 그 음반을 구하게 된 날, 4악장이 끝나자 누나가 말했다. "찬란한 슬픔이다."

음반을 들으면 대게는 감상의 촛점이 지휘자나 그 악단에 맞추어졌었는데, 
반트의 음반을 듣고 나서는 '곡이, 비창 교향곡 자체가 정말이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음반들을 수없이 들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에는 4악장이 'Adagio lamentoso; Andante'로 표기되어 있지만, 들어보면 예의 페도세예프 연주와 템포가 비슷하다. 반트는 생전에 가능한 한 원전판본을 고집했다고 들었으나, 이 비창 교향곡 연주에서도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반트의 통찰력은 오스트로-게르만 레퍼토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 그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과 6번은 그 어느 지휘자보다도 악보 앞에서 준엄했던, 음악이라는 용광로 속에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완전 연소시켰던 지휘자가 귄터 반트였다는 것을 극명하게 들려준다.
 
모처럼 맑은 날, 대륙의 겨울 바람에 눈물이 흩날리는...
누나가 말했던 '찬란한 슬픔'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일본 BMG 발매 음반 (2CDs. 24Bit/96KHz 리마스터링)

음악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4악장


 

내가 반트의 비창 교향곡 음반을 구하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할 수 없이 일본 HMV에서 저 음반을 사게 되었던 것. (덩달아 다른 2세트로 같이 샀다. -_-;; )

아래는 원래의 음반 표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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