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마시다

Beethoven Symphony No.5 - Wand, Live Recording. BMG

archive 2008 2008. 11. 16. 01:51 by 음악을 마시다


최근 들어 이 음반을 꽤나 자주 들었다. 내 속에서 계속되는 스트레스, 실망감, 분노, 갈등... 그러다가 지난 주 일요일부터는 몸도 완전히 맛이 가는...


어디로부터든 용기와 힘을 얻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음악 : 8~9번 트랙 편집 (3악장 끝자락 ~ 4악장)
* 1992년 10월, 80세가 훨씬 넘은 귄터 반트의 (1912.1.7 출생)
함부르크 무직할레 연주회 실황.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일하던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오니 이미 밤 12시가 넘었었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이 음반과 그 날 들어온 신보들 몇 장을 집에서 들어보려고 가져왔는데, 왠지 모르게 이걸 맨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원 교향곡이 먼저 수록되어 있으니 당연히 먼저 듣게 되었고, 감상 중에 대학교 1학년 때 대학로 바로크 음악사에서 구입하게 된 에리히 클라이버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 & 6번 음반이 (이것이 완전 '심봤다!'였음. ㅋㅋ) 떠올랐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음반도 전원 교향곡이 먼저 수록되어 있을 것이다. 음반은 고향집에 있으니 지금 당장 확인해 볼 방법이 없군.) 그 전까지 접해 봤던 발터, 클렘페러, 뵘, 번스타인, 푸르트벵글러 등의 연주와는 뭔가 다른 인상을 에리히 클라이버의 연주에서 받았었는데, 이 반트의 연주에서 그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는 5번 교향곡. 앞선 전원 교향곡에서와 마찬가지로 '때 묻지 않은' 연주가 너무 좋았고, 4악장이 시작되자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쪽방에 살던 때라 새벽 3시가 넘어 어디 소릴 지를 수도 없었고. 이 부분, 분명히 에리히 클라이버와는 어프로치가 달랐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에리히 클라이버를 들을 때의 감동을 떠올리게 되었고 점차 반트의 연주가 주는 감동은 에리히 클라이버 때보다 훨씬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거품 물었던 감동 이후 생략. -_);; )

그 순간 이후부터 나의 넘버 원은 귄.터.반.트.가 되어버렸다.








불후의 명반 에리히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5 & 6번의 음반 표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들 가운데 하나로, 이 음반으로 인해 나는 에리히 클라이버의 다른 데카 음반들도 어렵게 어렵게 구했다. 하지만 내 어줍잖은 소견으로는 Decca Legends 시리즈에 전원 교향곡 대신 영웅 교향곡을 넣은 것은 데카의 실수다.

(음반 표지 출처: http://erlenlieder.blogspot.com/2008/10/beethoven-symphonies-nrs-5-6-pastoral.html )







지난 보름 정도 동안 들은 음악들을 보면 거의가 다 암울한 것들 뿐.
계절의 변화 때문인지, 가볍지 않은 마음 상태 때문인지...

한껏 어지러져 있던 책상 주위를 정리하면서
CD장에 넣기 전에 한 번 더 들어본다.

비창 교향곡을 참 좋아해서 나름 여러 음반들을 사서 들었다.

중학생 시절, 성음에서 발매한 카세트에 인쇄된 그 멋진 그림 덕분에 알게 된 므라빈스키를 시작으로 카라얀, 무티, 푸르트벵글러, 켐페, 페도세예프, 콘드라신, 플레트녜프, 스베틀라노프, 게르기예프, 첼리비다케, 마르케비치, 프라차이, 번스타인, 반트 등등.

하지만 내가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예전에 페도세예프가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 (차이코프스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 세종 문화회관에서의 연주이다.
오리지널 텍스트를 사용한 이 날 연주는 내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주었는데,
(안단테 템포의 4악장 연주가 기존의 아다지오 템포가 주는 무거운 비장감에 익숙해 있던 청중이나 비평가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미 오리지널 텍스트를 이용한 이들의 연주가 담긴 음반이 일본 Victor 레이블로 발매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열심히 찾아다녔다.

운좋게 그 음반을 구하게 된 날, 4악장이 끝나자 누나가 말했다. "찬란한 슬픔이다."

음반을 들으면 대게는 감상의 촛점이 지휘자나 그 악단에 맞추어졌었는데, 
반트의 음반을 듣고 나서는 '곡이, 비창 교향곡 자체가 정말이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음반들을 수없이 들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에는 4악장이 'Adagio lamentoso; Andante'로 표기되어 있지만, 들어보면 예의 페도세예프 연주와 템포가 비슷하다. 반트는 생전에 가능한 한 원전판본을 고집했다고 들었으나, 이 비창 교향곡 연주에서도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반트의 통찰력은 오스트로-게르만 레퍼토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 그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과 6번은 그 어느 지휘자보다도 악보 앞에서 준엄했던, 음악이라는 용광로 속에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완전 연소시켰던 지휘자가 귄터 반트였다는 것을 극명하게 들려준다.
 
모처럼 맑은 날, 대륙의 겨울 바람에 눈물이 흩날리는...
누나가 말했던 '찬란한 슬픔'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일본 BMG 발매 음반 (2CDs. 24Bit/96KHz 리마스터링)

음악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4악장


 

내가 반트의 비창 교향곡 음반을 구하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할 수 없이 일본 HMV에서 저 음반을 사게 되었던 것. (덩달아 다른 2세트로 같이 샀다. -_-;; )

아래는 원래의 음반 표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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