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마시다

Inessa Galante - Debut

archive 2010 2010. 11. 14. 03:45 by 음악을 마시다


오늘 진행되었어야 할 방수 공사가 인테리어 업체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해 결국 펑크... 집주인이나 나나 살짝 스팀 받을 뻔 했다. 아침 일찍 온다길래 어제 밤에 아내와 딸을 아내 오빠 집으로 보냈었는데, 나 혼자서 좀 쉬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_-;;

하루 종일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음악을 들으며 딩굴딩굴~~ 저녁에 딸과 아내를 데리러 갔다. 하룻밤 안봤을 뿐인데도 딸아이의 얼굴은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 솟아나게 한다.

짐을 챙겨서 문을 나서는데, 장을 못봐서 집에 먹을 게 없다는 아내의 말에 장모님은 또 급하게 미역국을 챙기신다. 내일 오후에 또 오실텐데 괜찮다는 우리 모두 (나, 아내, 아내 오빠)의 말은 소용이 없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아내, 그리고 엄마의 건강한 젖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손녀딸을 생각해 주시는 마음, 한없는 즐거움에 동반되는 육아의 치열함을 너무나도 잘 아시는 장모님의 그런 사랑은 이 밤에도 그 여운이 계속되고 있다. 



Debut
Inessa Galante, soprano
Latvi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Alexander Vilumanis, conductor
Campion RRCD 1335 (1995)


편찮으신 몸에도, 그 고통은 항상 가족들을 위해 잠시 옆에 접어 두시는 당신의 삶은 그 자체가 간절한 기도이며, 그 기도를 양분으로 살아가는 내 아내와 딸아이는 어찌 보면 당신의 일부고 나아가 당신 그 자체다. 또한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내 어머니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내 누이와도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러 가던 길에 우연히 이네싸 갈란테가 부른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듣게 되었었다. 내가 얼렁뚱땅 만들어놓은 편집 CD 첫 곡이었던 것. 어머니도 정말 좋아하시는 이 곡은 조수미, 샬롯 처치, 레슬리 가렛 등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라트비아 국립 교향악단의 감동적인 반주 위로 흐르는 이네싸 갈란테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는 이 음악에 담겨있는 간절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언젠가, 'Ave Maria'를 정말로 간절하게 계속 읊조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학이 절대적 잣대가 되어버린 21세기...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은 아니더라도 이네싸 갈란테의 음성을 듣는 동안 만큼은, 아베 마리아를 읊조리는 동안 만큼은 조금의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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