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마시다

Brahms Violin Concerto etc - Fischer. PentaTone

archive 2007 2007. 5. 2. 00:10 by 음악을 마시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한 고전음악 동호회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약간 손을 본 글입니다. 손을 봐도 허접하긴 마찬가지... -_-;;;)



브람스, 오이스트라흐, 두 여인, 그리고 윤회


여기 고음동에서 알 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실 정도로 나는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한다.
줄곧 내 인생에 있어서 경제 사정이 그리 좋은 형편만은 아니어서
많은 음반을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그 구입하는 음반의 70% 이상은 다 브람스 음반들이다.


브람스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은 지는 15년도 채 되지 않았고
그 기간 중에는 군대다 유학이다 해서 공백 기간도 꽤나 길어
실제로 브람스 음악을 그렇게 열심히 들은 것은 10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여러 음반들을 듣다 보면 (나의 경우에)
처음에는 별로 신통찮게 들리던 음반도
세월이 지나면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음반은 차츰 그 매력이 퇴색되어 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좀 특이한 경우로 처음 들었을 때 긴가민가한 음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다음에 음악이 듣고 싶을 때마다 손이 가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그 깊은 맛을 느끼게 되어
결국 어떤 곡에 대한 레퍼런스 음반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불멸의 음반이라고 생각하는
하이팅크/보스턴 심포니의 브람스 교향곡 4번 음반[Philips. 현재 절판]이 이런 경우.)



바이올린 협주곡도 예외가 아니어서 유명하다는 음반들,
남들이 좋다는 음반들 열심히 샀고,
또 다행히 곡 자체가 너무나도 멋진 음악이라 열심히 들었다.


그 중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반은 - 다른 많은 분들도 좋아하시겠지만 -
오이스트라흐의 음반들이다.
처음에는 클렘페러와의 협연[EMI]이 더 좋다가
나중에는 셸과 같이 한 음반[EMI GRoC]이,
또 지금은 다시 클렘페러와의 음반이 조금 더 좋다. ^^;;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음반은 지네트 느뵈(1919-1949)의 음반들이다.
1946년에 녹음한 도브로엔과의 스튜디오 녹음[EMI GRoC]도 좋지만,
갑작스런 비행기 추락사고로 30세의 나이에 요절하기 1년 전인 1948년에 녹음한
슈미트-이세르슈테트와의 실황 연주[Philips Japan, Tahra, Documents 등]가
단연 백미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다.
고전음악을 듣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고 샀던
이 연주[Acanta라는 레이블로부터 SKC가 라이센스로 발매한 것]를 듣고서는
온 몸과 마음이 전율에 휩싸여 벌벌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35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제1회 비에냐프스키 국제 콩쿨에서
약관 16세의 느뵈가 오이스트라흐 (당시 26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찌보면 느뵈에게 두 번이나 - 한 번은 내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 밀린
비운(?)의 오이스트라흐,
그래도 스테레오로 녹음된 연주 중에서는 여전히 그의 음반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어쩌면 그 영예의 스테레오 부분 1위 자리를 다시 내놓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 무슨 기가 막힌 인연인지도 모르겠으나 이번에도 경쟁자가 여자다.


1983년 6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독일-슬로바키아계 부모 사이에서 출생.
1995년 International Yehudi Menuhin Violin Competition 우승 및
          바흐 무반주 최고 연주 특별상 수상.
1996년 제8회 Eurovision Competitin for Young Instrumentalists 우승.
1997년 The Foundation of European Industry로부터 'Prix d'Espoir' 수상.
1997년 The Festival "Mecklenburg-Western Pomerania"로부터 독주자상 수상.
1998년 EIG Music Award 수상.
2000년 독일 라디오 방송국' Promotion Prize' 수상.
2003년 카네기홀 데뷰 무대에서 장한나와 함께 브람스 이중 협주곡
          (로린마젤/바바리안 라디오 심포니) 연주로 기립 박수.
2005년 Beethoven Ring 수상.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차르트가 태어난 방에서
          모차르트가 사용하던 바이올린 연주.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Hochschule fur Musik und Darstellende Kunst”에
          교수로 임명.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1750년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저런 화려한 이력을 가진 처자의 이름은 Julia Fischer.
↓↓↓ 요렇게 생겼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 다시 한 번 오이스트라흐를 위협하고 있는 음반.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워낙에 글재주가 없어서 제대로 표현을 못하니 미치겠지만,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아니, 무슨 20대 애가 이런 연주를 해?'였다.

노래해야 할 때에는 노래하고 솟구쳐 오를 땐 치열하게 솟아 오르다가도
명상적일 때에는 참으로 고요하지만 또 긴장감을 늦추는 법도 없다.
흠잡을 때 없는 테크닉, 게다가 그 발군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표현해 내는
음악적 깊이는 흔히 말하는 대가들의 연주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지네트 느뵈가 가장 좋아했고 그녀 자신의 천재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곡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도 하는데,
어찌 보면 느뵈 이후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율리아 피셔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계속 듣고 싶고 또 듣고 있자니 앞서 말했던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 무슨 20대 애가 이런 연주를 해?

도무지 믿기 어려운 연주.
혹시 과거의 바이올린 거장들의 영혼이 모여 저 여자애가 태어나지 않았을까?
혹시 지네트 느뵈가 윤회를 통해 21세기형 튜닝버전으로 환생한 게 아닐까? -_-;;
(종종 사람들이 '나는 누구누구랑 코드가 잘 (안)맞는다'는 말을 하던데,
현재 활동중인 연주가들 중에서 Krystian Zimerman이 나랑 코드가 잘 맞는
피아니스트라면 나와 코드가 잘 맞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바로 이 Julia Fischer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당당하고 훌륭한 반주.
게다가 펜타톤의 환상적인 음질.
내 인생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새 레퍼런스 음반이 등장한 것 같다.

죄송합니다. 오이스트라흐 할아버지.
아무래도 이번 한 번 더 양보하셔야 할 것 같아요.





Julia Fischer의 수상 경력은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Julia_Fischer)와
펜타톤 홈페이지(
http://www.pentatonemusic.com/index1.htm)를 참고했으며,
그녀의 사진과 음반 자켓의 출처는 그녀의 홈페이지(
http://www.juliafischer.com/)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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